시너와 화염병이 본질을 흐리고 있다.
20일 새벽 용산 철거민 진압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했다. 경찰측의 입장은 완고하다. 철거민들이 시너와 화염병, 염산으로 무장한 채 불법 시위를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고의 책임은 전적으로 철거민들이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 사건은 시위, 집회도 아니다. 몇 년 혹은 십 몇년을 일군 터전에서 쫒겨나가지 않기 위한 몸부림일 뿐이다. 쫒아내는 자와 쫒기는 자가 있을 뿐이다. 정상적인 집회, 시위가 될 수 없다. 법은 이미 등을 돌렸다. 용산 재개발이라는 서울시의 거대 프로젝트 아래에서 그들은 걸리적거리는 바퀴벌레에 지나지 않았다. 합법적인 깡패들이 밀려온다. 매일같이 협박을 해대는 통에 참다못한 철거민들 대부분은 이미 두손 두발 들고 나갔다.
마지막 남은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돕기 위한 철거민 연합 회원 뿐이다. 벼랑 끝. 이제 옥상 위에서 쫒기지 않으려는 배수의 진을 친다. 방어할 수단을 생각했던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그것이 시너와 화염병 염산이었다. 그걸 사람들에게 던지고 뿌리면 맞는 사람이 어떻게 된다는 것은 그들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몽둥이 들고 밀려오는 공권력에 대항할 것은 그것 뿐이다. 더이상 대화도 통하지 않는다. 서울시는 대화할 의사가 없다.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건 우선 무조건적인 개발논리다. 다음으로 말뿐인 협상이다. 그리고 그 말뿐인 협상조차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용역 깡패들을 사용해 먼저 힘으로 밀어붙인 쪽이다. 그 힘에 철거민들은 충분히 시달렸다. 마지막으로 옥상위로 올라간 것이다.
그래 그렇다면 시너와 화염병을 경찰에게 던져도 되냐는 질문을 해보자.
된다.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약자가 선택할 무기가 그것뿐이라면.
나는 다시 한번 말한다.
된다.
선택할 무기를 그것만 남겨둔게 누군인지 질문해보라.
권력집단은 구성원들의 동의를 바탕으로 성립된다. 구성원들의 동의가 약한 권력이 기댈곳은 폭력뿐이다. 그것이 이명박 정부다.
어제 석간부터 오늘 조간까지 거의 대부분의 신문 1면 탑으로 전쟁터로 변한 국회를 다뤘다. 피터지게 싸우는 국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러한 언론보도에서 잃어가는 것은 무엇일까.
먼저 간단히 사건 정황부터 살펴보자. 한나라당이 FTA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상정시키려는 과정에서 그걸 막으려는 야당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머리수 많은 한나라인만큼 국회 상정은 곧 동의로 이어진다. 민주당은 외통위(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 출입문을 부수고 들어가 어떻게든 상정을 막으려 했지만 결국 한나라당 의원들만 참가한 회의에서 단독 상정 처리됐다.
두 신문만 살펴보자. 경향과 동아다.
신문 1면을 보면 거의 모든 신문이 동아처럼 전쟁판 국회를 묘사한 가운데 한겨레는 한나라당 날치기 통과를 강조했고 경향은 여당의 단독상정과 야당의 반발을 헤드라인에서 다뤘다.
국회 전쟁이나, 날치기 통과나 언론사의 입장에선 정말 Hot한 뉴스거리다. 개떼처럼 달려들어 1면에 싣기 바쁘다. 그런데 오히려 정치 무관심을 부추기는 판이다. 만날 전쟁이니 날치기니 독자들은 "저 새끼들은 어쩔 수 없어" 고개만 젖고 만다. 언론이 오히려 현상의 본질은 잊어버리게 만드는 건 아닐까. 왜 한나라는 비준안 상정을 강행했고, 왜 민주당은 그걸 막으려 했나. 왜 그 이유는 뭡니까. 1면에선 알수가 없다. 3면으로 넘어가 보자.
3면으로 넘어가도 여전히 박터지게 싸운 이야기밖에 없다. 현상의 본질은 뭐지. 그것은 사설에서 다뤘다. 한나라의 논리는 우리가 먼저 비준해야 앞으로 최악의 경우 재협상까지 가더라도 오바마 정부에 압박카드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민주당은 미국에선 재검토 입장인데 우리 홀로 단독 비준은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게 우리에게 이익인가, 이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심도있는 접근이 아쉽다. 한번 기획으로 크게 갈 만도 한데 말이다. 단발성 뉴스 혹은 사설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이건 우리에게 정말 밀접한 문제다. 정말 끝장 기획으로 냉철한 뉴스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요새 경향은 연일 MB정부 비판에 각을 세우고, 반대로 조선은 촛불 정국등에 각을 세웠다. 매일 기획기사가 쏟아진다. 연말정산도 좋지만, 현재도 좀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전쟁판 국회 같이 자극적인 뉴스를 보냈으니 그 본질도 생각해 봐야겠다.
